11년 동안 다닌 게임 회사에서 희망퇴직을 하게 되었습니다.
아내와 두 아들을 둔 40대 가장이 왜 이런 결정을 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앞으로의 삶을 어떻게 그려나갈지 정리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려 합니다. 더불어 20대 초반부터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며 삶의 변곡점들을 되짚어보려고 합니다.
이 글에서는 첫 번째 회사부터 네 번째 회사인 엔씨소프트에 이르기까지의 여정을 다루고, 그 과정에서 마주했던 중요한 변화와 결단의 순간들에 대해서도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이를 통해 제 삶의 흐름을 정리하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찾는 계기로 삼고자 합니다.
제 인생의 첫 번째 변곡점
첫 변곡점은 군대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철부지나 다름없는 저는 군대에 입대하게 되고, 군대에서 철이 들어 제대하게 되었습니다.
어떻게 철이 들었냐고요?
군대 동기 덕분이였습니다.
동기의 질문 하나가 변곡점의 시발점이 되었습니다.
“제대하면 뭐 할거야?”
저는 그 어떤 대답도 할 수 없었습니다.
대학교 중퇴를 했기에 돌아갈 학교도 없었고, 재수할 형편도 아니였습니다. 그렇다고 가지고 있는 기술도 없었습니다.
한참뒤에 저는 대답했습니다.
“모르겠어. 뭘 해야 하지?”
동기가 말합니다.
“책이라도 읽어”
속으로는 “책 읽으면 좋다는거 나도 알지” 라고 생각했습니다.
이상하게도 동기의 질문 이후부터 책이 잘 읽혔습니다.
동기에게는 사소한 질문이였을지 모르지만 저에게는 굉장히 중요한 순간이였기에 긍정적인 미래를 만들어 나가기 위한 동기부여가 되었습니다.
군대라는 공간이 주는 규칙과 통제는 처음엔 답답하게 느껴졌지만, 오히려 그 안에서 규칙적인 생활이 가능해졌습니다. 주어진 시간과 환경이 명확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책 읽는 시간이 생겼고, 그 덕분에 독서에 더욱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군대라는 환경안에서 시간이 날 때마다 책을 읽고, 또 읽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부터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라는 긍정적 마인드로 바뀌고 있음을 느꼈습니다.
그렇게 2년동안의 복무 기간을 마치고 제대하였습니다.
한마디로 저는 군대에서 정신 차리고 나온 사람입니다.
직업학교
제대 후 기술을 배워야 겠다는 생각에 국비지원 직업학교를 다니게 되었습니다.
첫 교육은 네트워크 관리사였습니다.
네트워크 동작 원리, PC정비, 리눅스 운영체제에 대해서 배웠습니다.
검은 화면에 알 수 없는 명령어가 만개하는 화면들에 정신이 혼미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선을 다했습니다. 이거라도 잘 배워야 앞으로 먹고 살 수 있다는 마음으로 임했습니다.
6개월의 교육 과정이 마무리되고, PC정비사로 취업을 해보려고 했지만 차가 없어서 불가능했습니다. 이제 막 사회 생활을 시작하는 청년에게 자동차가 있어야 하다니…
차를 살 돈도 없었고, 장롱면허 였던지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였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친구가 웹 프로그래밍 과정이 있다고 하여 다시 국비지원 교육을 받았습니다.
프로그래밍을 처음 해 보았습니다. 네트워크 관리사 교육을 받을 때와는 또 다른 재미가 있었습니다.
상상속으로만 떠도는 생각들이 실제 이 세상에 구현되는 것이 재미있었고 즐거웠습니다.
주말에도 직업 학교에서 코딩을 하였습니다.
그렇게 하루 하루를 보내고 나니 어느덧 3개월의 교육 과정이 끝났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취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첫 회사 취직
첫 회사는 직업 학교에서 추천해 준 기업이였고, 간단한 면접 후에 바로 출근을 하였습니다.
임직원이 50명 정도였고, SI 업체였습니다. 하지만 입사 3개월 만에 회사가 망했습니다.
월급 한 번 못 받고, 회사에서 나올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때 기억으로 경력이 되시는 분들이 가장 먼저 짐을 싸들고 나가는 상황들이 자주 보였습니다. 회사 대표는 분위기에 휩쓸리지 말고, 계속 일에 집중해 달라고 말씀하십니다.
사회 초년생이였기에 회사가 망한다는 상상을 해보지 못했습니다. 사장님이 진솔하게 말씀하셨고, 열심히 하면 앞으로 좋아 질 수 있다고 하셔서 그렇게 믿었습니다.
회사 생활 처음하는 저와 학원 동료들은 묵묵히 일을 했지만 퇴사 하루 전에 회사가 망했다고 통보를 받았습니다.
임금이 체불되었지만, 나중에 고용노동부를 통해 월급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두 번째 회사 취직
첫 번째 회사에서의 경력은 무시하고, 이 회사가 나의 첫 회사다라는 생각으로 다니게 되었습니다. 직원이 8명 정도 되었습니다.
산림청에서 관리하는 홈페이지 개발/운영을 담당하는 업무였습니다.
풀스택 개발을 하면서 실무 경험을 쌓고, 저녁에는 회사에 남아 개발 공부를 하면서 실력을 키워 나갔습니다.
제 성격상 부족함을 느끼는 부분이 있다면 그것을 꼭 채워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기 때문에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학창 시절에 열심히 좀 했으면….)
부족한 부분을 발견했을 때 이를 보완하고자 하는 마음가짐의 원동력에는 취미로 시작했던 당구가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당구 숙달의 단계로 접어들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자기 객관화를 통해 부족한 부분을 강화시켜야 한다는 점을 배웠기 때문입니다.
즉, 개발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책과 강의를 통해 뛰어난 개발자들의 스킬을 배우고, 배운 내용을 기록했습니다. 이후 기록한 내용을 바탕으로 그대로 따라 해보거나 새로운 기능을 직접 구현해 보면서 기술들을 익혀 나갔습니다.
다행히 이 회사는 망하지 않았고, 1년 6개월 정도를 다닌 후 새로운 회사로 이직을 하게 되었습니다.
세 번째 회사 취직
세 번째 회사는 직원이 30명 정도였습니다.
이 회사에서 참 많은 장애를 경험했습니다. 통신사 일을 많이 했는데 과금 사고가 자주 발생해서 굉장히 힘들면서도 급속도로 성장했었습니다.
사장님이 저에게 "소스 코드 외웠어?" 라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물으셨던 적이 있습니다. 당시에는 조금 아픈 기억이었지만, 이 회사에서 함께했던 동료들과 모임을 하면 아직도 전설처럼 회자되는 이야기입니다.
그때는 그만두고 싶을 만큼 힘들고, 괴로웠지만 그런 경험이 지금에와서는 값진 경험이 되었고, 장애를 대처하는 방법들에 대해서 많이 배운 시기이기도 합니다.
어느 순간 30명 정도의 회사가 다른 회사의 합병으로 200명이 되고, 또 한 번의 합병으로 500명의 중견 기업이 되었습니다.
“와~ 내가 500명이 근무하는 회사에 다니는 일원이구나” 라는 생각과 만족감에 즐겁게 일을 할 수 있었습니다.
두 번째 변곡점
세 번째 회사를 다니는 동안에 결혼을 하였습니다.
가장이라는 타이틀이 저에게 더 큰 동기부여로 다가와서 그런지 좀 더 책임감 있는 삶을 살아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때부터 회사일 때문에 등한시 했던 대학교 학업에 집중을 하게 되었습니다.
지금의 회사에서도 많은 배움과 경험을 얻을 수 있었지만 좀 더 큰 회사에서의 경험 또한 쌓아보고 싶었습니다.
고졸의 학력은 큰 회사에 서류 제출의 기회 마저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현실에 좌절했지만 그래도 방송통신대학을 다니고 있었기에 4년제 잘 마무리 해보자라는 생각으로 다녔습니다.
평일에는 회사에서 업무하고, 저녁에는 개발 공부를 하고, 주말에는 학업에 집중하였습니다. 하지만 이 둘을 병행하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해 나갔습니다.
방송통신대학을 졸업하는데 6.5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렸습니다.
큰 회사에 지원 하기에 앞서 아무런 스펙이 없는 제가 다른 스펙 좋은 개발자분들과 어떻게 경쟁해서 이길 수 있을까? 를 고민했습니다.
결국 제가 할 수 있는 건 실력과 꾸준함을 어필 할 수 있는 결과물들이 필요했습니다.
블로깅을 꾸준히 하였고, 일기(결혼 후부터 계속 쓰고 있음)를 쓰며 끊임없이 제 스스로를 단련시켜 나갔습니다. 개발 스터디 모임에 참여하여 동종 업계에서 일하는 개발자분들로부터 많은 배움과 동기부여를 얻었습니다. 그리고 스피치 모임에도 참여하여 좀 더 자신감 있게 말 할 수 있는 방법들에 대해서도 배웠습니다.
그렇게 하루 하루 제 자신을 단련하였고, 여러 기업에 서류를 제출하였습니다.
네 번째 회사 취직
엔씨소프트에서 그 기회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11년이 지난 지금도 1차 인터뷰, 2차 인터뷰, 그리고 최종 합격 전화를 받은 그 순간의 장소 까지도 생생하게 기억합니다.
나도 이제 대기업에서 근무 할 수 있구나하는 희열이 제 마음을 가득 채웠습니다. (사실 엔씨소프트는 중견 기업이였습니다.)
아내도 매우 기뻐했습니다.
그렇게 엔씨소프트에서의 회사 생활이 시작되었습니다.
제가 다닌 팀은 게임 아이템 상점을 주로 하는 업무였습니다.
아이템을 판매하는 사용자 페이지는 꽤나 단순했지만 백엔드 시스템에서 하는 일은 어마어마하게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중소기업에서 서비스를 만들 때에는 다른 서버군과 연동되는 상황이 별로 없어서 백엔드 서버를 만드는 공수가 그리 크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곳은 다르더군요. 사람과 조직이 많기에 여러 서버들이 다양하게 포진되어 있었습니다. 이런 다양한 서버군들과 연동을 하면서 개발 능력 뿐만이 아니라 커뮤니케이션과 협업 능력 또한 중요함을 느꼈습니다.
그렇게 한 팀에서 7년 동안 근무를 하였고, 어느 순간부터 나의 성장이 정체되고 있음을 알아챕니다.
성장이 정체되고 있음을 느낀 순간 앞으로 더 나아갈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고, 새로움이 필요했습니다.
회사에서 1년에 한 번 씩 팀을 이동할 수 있게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있어서 신청하게 되었습니다.
7년만에 새로운 팀으로 이동하게 되었고, 스트리밍 서비스를 처음 접하게 되었습니다.
새로운 서비스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함께 하니 단기간에 많은 성장과 경험을 온 몸으로 느껴졌습니다.
다양한 기술과 오류 상황, 장애 상황들을 경험하니 자연스럽게 성장 곡선이 높아짐을 느꼈습니다.
스트리밍 서비스를 만드는 팀에 합류 할 수 있어서 좋았고, 함께 하는 동료들로부터 많은 배움을 얻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그렇게 4년이란 시간이 흐릅니다.
회사 위기 그리고 희망퇴직
2020년 코로나로 인한 대격변의 시대에도 우리 회사는 가파르게 성장하였습니다.
하지만 2022년부터 회사는 점점 대내외적으로 위기가 닥쳐오게 됩니다.
회사가 점점 어려워지면서 새롭게 도전하는 서비스가 라이브에 오픈되지도 못한채 중단됩니다.
개발은 하였지만 라이브에 오픈되지 못하고 실제 서비스 운영을 하며 또 다른 경험을 쌓지 못함에 아쉬움이 컸습니다.
점점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기 보다는 기존 운영하고 있는 서비스의 비용절감이 성과로 잡히기 시작합니다.
환경이 점점 안 좋아지자 저의 성장도 정체되어 감을 느낍니다.
그런 와중에 2024년 11월 회사에서 희망퇴직 프로그램을 실행합니다.
아내와 상의한 후 고민 끝에 희망퇴직을 신청합니다.
희망퇴직을 신청하게 된 이유
환경의 중요성을 너무도 잘 알기에 더이상의 혁신과 새로운 서비스에 대한 니즈가 없는 환경에서는 성장 할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성장은 낯선곳에 나를 밀어 넣어야지만 달성 할 수 있다고 믿기에 채용 시장이 어려운 이 시기에도 과감하게 희망퇴직을 신청하였습니다.
성장을 갈구하는 사람인 제가 성장이 정체되고 있다고 느낄 때 희망 퇴직은 저에게 기회처럼 다가왔습니다.
시간이 없어서 하지 못했던 것들을 드디어 할 수 있는 기회가 왔다는 생각과 함께 회사 밖에서의 환경이 내 스스로에게 동기 부여가 되어 좀 더 빠르게 성장 할 수 있는 기회로 다가올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으로의 계획
가족들과 양적인 시간을 채워나가며 개인 프로젝트로 진행하고 있는 사이트를 성장시켜 나가려고 합니다.
그리고 집에 있는 동안 점심은 제가 직접 차려 먹을 생각이고, 재취업을 하기 위한 준비도 해나가야 겠지요.
쉽지는 않겠지만 제가 지금까지 만든 결과물과 성실함을 잘 내세울 수 있다면 충분히 재취업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탈락 메일을 받아도 괜찮습니다.
항상 그래왔던 것처럼 저는 포기하지 않고, 계속 도전할 생각입니다.
그리고 목표한 바를 달성하기 위한 새로운 루틴도 만들었습니다. 루틴은 예전부터 실천해왔던 터라 행동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최근에 시도해본 음식들입니다.
요리에 소질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해보니 재미있네요.
레시피를 알아보고, 재료를 준비하고 다듬고, 요리를 하는 일련의 과정들을 하나 하나 체험해 보고 있습니다.
개발자로 일하면서 이런저런 작업 결과물들을 만든 경험이 도움이 되었나 봅니다.
가족들도 맛있다고 칭찬해 줘서 기뻤습니다.
장난식으로 “이쉐프” 라고 불러줘. 라고 말하면서 음식점 창업할까? 라는 농담 섞인 말도 던지곤 합니다.
희망퇴직을 신청한 저의 결정이 좋은 선택으로 남게 하기 위해서는 지금 현재의 행동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생각은 20% 행동은 80% 이라는 모토로 계속 실행하면서 새로운 결과물들을 만들어 내겠습니다.
그렇기에 앞으로 다가올 2025년 또한 밝게 느껴집니다.
2025년에는 '다섯 번째 회사 취직' 란에 글을 채워가겠습니다.
다섯 번째 회사 취직
To be written s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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