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일기를 쓰기 시작한 해는 2010년, 와이프와 결혼한 직후부터이다.
남편이 되면서 책임감의 무게가 달라짐을 느꼈고, 좀 더 성장하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장하기 위해서는 어떤 습관을 가져야 할까 고민했다.
다양한 영역에서 성장을 도와주는 요소들이 있었고, 나는 '일기 쓰기'를 선택했다.
글을 잘 쓰고 싶었고, 논리적으로 말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글을 잘 쓰는 사람을 보며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글을 쓰고 싶었고, 말을 잘하는 사람을 보며 나도 저 사람처럼 논리적이고 이해하기 쉽게 말하고 싶었다.
누군가를 닮고 싶다는 마음과 성장하려는 마음 사이에서 적절한 도구가 '일기 쓰기'였다.
일기장을 구매하고, 일기를 기록해 나가기 시작했다.
컴퓨터를 많이 사용했기에 직접 손글씨로 일기를 쓰는 것이 다소 어색하고 어려웠다.
생각은 빠르게 흘러가는데, 손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답답했다.
이런 낯설음과 어색함도 몇 달이 지나니 괜찮아졌다. 하지만 또 다른 난관에 부딪혔다.
회사에서 야근하는 날이 많다 보니, 집에 오면 피곤해서 일기 쓰기 루틴을 제대로 실행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었다.
고민 끝에, 야근하는 날은 회사에서 일기를 쓰고 퇴근하기로 했다.
회사에서 일기장에 일기를 쓰는 건 다소 눈치가 보여 MS Word에 작성하고 클라우드에 동기화시켰다.
그렇게 야근하는 날에는 회사에서 잠시 짬을 내어 일기를 쓰고, 일찍 퇴근하는 날에는 집에서 일기를 쓰는 루틴을 이어갔다.
일기를 처음 쓸 때는 어떤 내용을 써야 할지 고민됐다.
하루의 일상을 글로 표현하는 것조차 어려웠다.
처음이라 그런 게 당연했다.
항상 머릿속에 둥둥 떠다니는 사건과 경험들은 단어 단어로 흩어져 있었고, 그 단어들을 조합해 문장으로 표현하는 건 또 다른 언어적 능력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글쓰기를 자주 하지 않았던 나는 이 부분에 대한 어려움이 컸다. 그래서 무엇인가를 설명할 때 논리적으로 설명하기보다는 중구난방으로 이야기했던 것 같다.
처음엔 어려웠지만, 일기를 계속 써 내려가면서 점점 글쓰기에 대한 두려움과 부담감이 줄어들고 있음을 느낀다.
회사에서 글을 작성할 때에도 점점 능숙해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또 달라진 점은, 일기를 쓰고 난 후 퇴고 과정을 거치면서 어색한 문장은 다듬고, 논리적 전개가 어색한 부분이 있다면 문장을 재배치해 좀 더 매끄러운 글로 재구성하게 된다는 점이다.
이런 습관들은 회사에서 이메일을 쓸 때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다.
이전에는 생각나는 대로 이메일을 작성한 후 '보내기' 버튼을 눌렀다.
오타가 잦았고, 이메일 내용이 장황하여 상대가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랬던 내가, 일기를 쓰고 난 후부터는 좀 더 간결하게 이메일을 쓰고, 상대방이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고자 노력하는 모습으로 바뀌었다.
2010년 ~ 2013년 : MS Word 패스워드를 잊어 먹어서 아직 못 풀고 있는 중
2014년: 189일 작성 (51.78%)
2015년: 202일 작성 (55.34%)
2016년: 193일 작성 (52.88%)
2017년: 181일 작성 (49.59%)
2018년: 175일 작성 (47.95%)
2019년: 252일 작성 (69.04%)
2020년: 325일 작성 (89.04%)
2021년: 279일 작성 (76.44%)
2022년: 258일 작성 (70.68%)
2023년: 302일 작성 (82.74%)
2024년: 202일 작성 (55.34%)
2025년: 114일 작성 (진행 중)
비록 365일 매일 같이 쓰지는 못하지만 16년 동안 꾸준하게 일기 쓰기 습관을 유지하고 있다. (이놈! 잘하고 있다.)
영어 일기
점점 글쓰기에 대한 익숙함과 자신감이 쌓이면서, 다른 영역까지 글쓰기가 확장되었다.
그것은 영어 일기였다.
영어 공부를 한창 열심히 할 때 영어 일기를 썼다.
영어 공부에서는 input보다 output이 중요했기에 영어 일기를 꾸준히 작성했다.
영어로 작성하다 보니 표현력에 제한이 있었지만 매일매일 영어 일기를 썼다.
단순한 표현들이였지만 계속 반복했다.
어느 순간부터 영어로 말 할 때 한국어에서 영어로 번역되는 과정이 점점 사라지고 영어 문장이 머릿속에서 바로 떠올랐다. 신기한 경험이였다. 언어는 output을 통해서 학습해야 하는구나라는 걸 깨달았다.
블로깅 시작
글을 잘 쓰고 싶다는 욕구가 블로그 글쓰기로 이어졌다.
업무를 하면서 배웠던 기술들을 블로그에 정리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또한 글쓰기였지만, 일기를 매일 쓰고 있던 나에게는 큰 허들이 되지 않았다.
꾸준한 일기 쓰기가 블로깅을 시작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일기는 나만 보기에 좀 더 자유롭게 쓸 수 있었지만, 블로그는 다른 사람들이 읽기 때문에 글을 더 전문적이고 논리적으로 써야 했다.
그렇게 블로깅을 시작했던 내가 지금까지도 블로그에 글을 작성하고 있다.
블로깅을 꾸준히 하다 보니 좀 더 깊이 있게 지식을 탐구하는 자세가 생겼고, 기술의 깊이를 더욱 탄탄하게 다져나갈 수 있는 좋은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
요즘에는 독서 후기를 블로그에 기록하는 콘텐츠가 더 많아지고 있다.
스트레스 해소
가끔은 일기장에 감정 쓰레기를 분출하는 경우도 있다.
살면서 겪는 다양한 스트레스를 일기를 쓰며 분출했다.
신기한 건, 스트레스를 글로 표현하게 되었을 때 어느 정도 해소가 된다는 점이다.
현실에서 말할 수 없는 내용들을 일기장에 쏟아내고 나면 기분이 홀가분해진다. (쌍욕 까지는 아님...)
내 일기장을 다 뒤져보면, 나에게 스트레스를 준 사람들 한 명 한 명이 모두 거론되어 있을 것이다.
지나고 나서 그때의 일을 회상해보면 어떤 감정이 들까?
그때 당시에는 힘들었지만, 세월이 상당히 지난 후에 힘들었던 날을 회상해 보면 사실 별거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처럼 '시간'은 과거의 힘들었던 경험을 치유하고, 다시 앞으로 나아 갈 수 있게 해준다.
AI 시대
AI 시대에도 일기 쓰기가 필요할까?
요즘에는 AI의 도움을 받아 글쓰기에 대한 어려움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사람과 사람의 커뮤니케이션에서는 아직 AI의 도움을 받을 수 없다.
우리는 글을 통한 소통의 시간보다 얼굴을 보며 소통하는 시간이 더 많다. 누군가는 말보다 텍스트로 소통을 더 많이 하는 사람들이 있겠지만 사회 생활을 하다 보면 이 또한 제한적이다.
사람과의 소통 능력은 아직 AI로 대체되지 않았다.
그렇기에 글쓰기 능력은 여전히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글쓰기를 통해 생각하는 힘을 기를 수 있으며, 이는 보다 효과적인 소통으로 이어진다.
이제는 개발자에게도 글쓰기 능력이 필요한 시대가 왔다.
AI와 소통하기 위해서 문서화를 해야 할 필요가 생겼고, 개발을 시작하기 전의 문서화는 생산성 향상에 큰 도움을 주는 역량으로 자리 잡히고 있다.
AI에게 단순하게 질문하기 보다는 PRD(Product Requirements Document), ARD(Architecture Requirements Document)를 적절하게 조합한 명세서를 작성하고, 이를 AI에게 질문할 때 활용해야 한다.
여기서 PRD는 제품이 무엇을 하는지를 정의하고, ARD는 어떻게 구현할지를 정의한다.
PRD와 ARD를 활용하여 AI에게 프롬프트 한다면 더 좋은 결과물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작성한 PRD, ARD 문서를 사내 Confluence 에 등록하면 지식/업무 공유에도 효과적이다.
이제는 자신의 글쓰기 능력을 활용하여 문서화를 하고, 문서화된 내용을 토대로 AI에게 질문해야 하는 시대가 왔다.
일기는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
16년 동안 이어온 일기 쓰기 습관을 앞으로도 계속 이어나갈 생각이다.
일기를 쓰는 시간만큼은 과거의 나로 되돌아가 하루를 쭉 스캔하고 되돌아오는 시간이다.
하루 동안의 나를 되돌아보며 제 3자의 시각으로 나를 진단한다.
문제가 있다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민하고, 좋았던 기억, 그리고 배우고 성장했던 기억을 다시금 복기하면서 성장의 밑거름으로 삼고 있다.
현재와 미래의 삶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살아가는 요즘 시대에, 오늘 하루를 복기하는 시간을 마련하기는 어렵다.
내가 느끼기에, 현재와 미래에 대한 준비와 계획보다는 오늘 나의 하루를 복기하면서 느꼈던 감정, 배운 점, 잘한 점, 반성할 점을 분류하는 과정들이 나를 더욱 더 성장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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