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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저는 삼풍 생존자입니다

by 탁구치는 개발자 2023. 7. 21.

p.68

정말이지 장담하건데, 아무리 마음에 철갑을 두른 사람이라도 나에 대한 증오와 혐오가 가득한 시선속에 살다보면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서라도 그 자리를 빠져 나가고 싶을 것이다.

상상만 해도 숨이 막힌다. 직접 경험해 보지 않아도 저자의 고통이 전해지는 것 같다.

 

p.74

그제야 나는 가난의 본질을 마주했다. 그러니까 가난이라는 것은 먹고 싶은 것을 먹지 못하고, 하고 싶은 것을 하지 못하는 게 아니라, 아프고 두렵고 무서운 것까지 참고 이를 악물고 버티는 것이다. 이것이 가난의 진짜 얼굴이다.

내가 알고있던 가난은 좋은 집에 살지 못하고, 좋은 차를 타지 못하고, 좋은 음식을 먹지 못하고, 좋은 옷을 입지 못하고, 아이들에게 좋은 교육을 해줄 수 없다는 것으로만 생각했다. 내가 생각하는 가난의 기준은 “좋은” 것을 하느냐 마느냐의 차이였다. 난 저자가 말하는 진짜 가난에 대해서 모르고 있었고, 경험해 보지 못했다라는 방증이다. 저자가 말하는 진짜 가난에 대해서 알게 되니, 경각심을 가지고 열심히 살아가야 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p.103

행복도 불행처럼 어느 날 갑자기 창문을 깨고 안방으로 들이닥치는 것인 줄 알았다. 헌데 아니었다. 행복은 요란하지 않게 삶에 스며들었다. 그러니까 행복은 생각만큼 대단한 게 아니었다. 그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두 죽거나 다치지 않은 상태, 다시 말해 여태 살아오면서 슬프지 않았던 모든 날이 전부 행복한 날들이었다.

행복은 멀리있지 않고 가까이 있다. 가족들과 함께 식탁에 앉아 밥을 먹으면서 이야기 할 수 있는 것도 행복이고, 함께 여행을 가는 것도 행복이고, 자고 있는 아이의 얼굴과 손을 만지는 것도 행복이고, 모닝 커피를 마실 때에도 행복이고, 책의 첫 장을 넘길 때에도 행복이고, 운동 후에 마시는 물 한 잔도 행복이다. 손을 뻗으면 닿을 거리에 있는 행복을 희생하면서까지 미래의 행복을 쫓을 이유가 없다.

 

p.130

언제나 그렇듯이 사회적 참사 이후에는 관련 법들이 개정된다. 대한민국의 거의 모든 정부는 기어이 소를 잃어야만 외양간을 고쳤다. 하지만 누군가의 희생으로 늦게라도 외양간이 얼추 고쳐진 덕에 우리가 전보다 안전한 세상에서 사는 것 역시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소잃고 외양간이라도 고치면 다행이다. 지금도 곳곳에서 벌어지는 작은 사건들은 그대로 묻혀 버리는 경우가 다반사다. 어떤 큰 문제가 일어나기 전에는 꼭 작은 문제들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이런 작은 문제들에도 우리 사회가 주목해야 하고,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큰 문제들이나 참사를 예방할 수 있다.

 

p.172

정신건강 관련해서 전 세계 여러 석학이 말하기를, 가장 좋은 치료제는 관대하고 꾸준한 어른의 사랑이라고 한다. 그리고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지난 20만 년 동안 무리지어 살던 습성 때문에 자꾸 남들과 소통하고 살아야 한단다. 또 최소한 매일 세 명 이상의 성인과 이야기하며 사는 게 정신건강에 좋다고 한다.

내가 맡은 업무에 집중하고 몰입하다 보면 사람들과 거의 대화를 하지 않고, 퇴근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뭔가 일은 많이 한 것 같은데, 허전함이 드는 이유가 사람들과 대화가 부족해서 였을까? 생각해 보면 일을 많이 하지 못해도 사람들과 많은 대화를 한 날은 허전함 보다는 의미있는 하루를 보냈다는 느낌이 더 강했다. 대화를 해야 할 필요가 없더라도 의식적으로 대화를 해야 함을 느낀다.

 

p.210

어쩌면 다들 그 끔찍하고 비통했던 장례식이 유가족이 겪는 불행의 하이라이트라고 생각할 것이다. 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장례식장에서의 오열은 훗날 끝없이 이어지는 통곡의 예고편에 지나지 않는다. 진짜 장례는 조문객이 다 빠져나간 후에 시작되기 때문이다.

 

p.237

사람들이 왜 그럴까요? 왜 아이들을 잃은 부모에게 그렇게 못되게 굴까요? 나는 말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행동이 어떤 결과를 일으킬지 잘 모른다고, 모르면 그럴 수 있다고, 나도 그러했고, 당신도 그렇고, 우리 모두 그럴 수 있다고. 반대로 알면 그럴 수 없다고. 그러니까 알아야 한다고. 그 말을 하며 나는 속으로 또 한 번 다짐했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자기 기준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생각한다. 직접적으로 느끼지 못하는 타인의 고통은 다른 사람들의 허언과 망언에 휩쓸린다. 그런 인간의 약점을 알기에 아픈 역사를 계속 알려야 한다.

 

p.243

나 역시 우리 수녀님처럼 앞으로 내 앞에서 우는 사람이 있으면 그 마음을 그냥 알아주기만 해도 되겠구나. 이렇다 저렇다 긴말할 것 없이, 그냥 이렇게 마음으로 들어주고 공감해주면 되겠구나.

우는 사람 앞에서는 “왜 울어?”, “무슨 일이야” 라고 말하기 보다는 아무말 없이 안아주고, 공감해 주는 것이 좋다라는 것을 깨닫는다. 이 순간만큼은 이성적으로 대하기 보다 감성적으로 공감해 주자.

 

느낀점

우리나라 참사 피해자의 저서를 처음 읽어본다.

참혹한 현장에서 살아남은 그 순간, 그리고 참사 이후에 겪은 더 참혹했던 순간들을 저자의 글을 통해서 알 수 있었고, 느낄 수 있었다.

어떤 큰 사건이후에 겪게되는 고통의 크기를 가늠조차 하지 못했었다.

책에서는 그때의 그 참혹했던 상황이 구체적으로 묘사되어 있어 그 고통의 크기를 간접적으로나마 알 수 있었고, 공감할 수 있었다.

"얼마나 무섭고, 얼마나 고통스러운 삶을 살았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그 어려움을 견디고, 지금까지 살아와주셔서 감사하다.

또한 2차 피해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고, 자신을 있는 그대로 노출하여 과거 참사에 대해서 그리고 아픔에 대해서 알려주셔서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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