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21
플랫폼 기업은 양면시장을 지향한다. 양면시장을 지향한다는 것은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를 자신의 고객으로 생각한다는 의미이고, 따라서 양면시장을 지향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플랫폼 운영자가 생산자나 소비자로 참여하지 않는 것이다. 축구에서 심판이 경기 자체에 참여하지 않아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p.34
플랫폼 성립에 있어 가장 기본적인 요소는 양면시장을 대상으로 새로운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생산자와 소비자라는 기존의 구조를 바탕으로 두 개의 시장이 모두 만족할 만한 새로운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내가 공급자가 되어 새로운 서비스 혹은 상품을 공급하는 것은 지극히 상식적이고 시작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 하지만 플랫폼을 지향한다는 것은 이와는 차원이 다른 시도이다. 먼저 두 개의 시장에 대한 철저한 이해가 필요하다. 현재 이 시장에 갖고 있는 문제가 무엇인지를 명확히 이해해야 새로운 플랫폼을 설계 할 수 있다. 한국의 많은 은퇴한 직장인들이 선택하는 사업은 치킨집이다. 그리고 가장 많은 실패를 낳는 선택이기도 하다. 그 실패는 수많은 공급자 중의 하나가 되었기 때문이고 이 실패는 이후로도 계속 나타날 것이다. 배민은 이러한 시장에 대한 이해를 통해 배달 어플이라는 플랫폼을 만들어냈고 이 플랫폼은 여타 치킨집들과는 달리 단명하지는 않을 것이다.
p.55
플랫폼은 양면시장을 지향함과 더불어 그 시장 참여에 제한을 가하지 않는다. 공급자 시장도 소비자 시장도 참여에 있어서 제한을 가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이후에 다시 설명하겠지만 이는 플랫폼과 서비스를 구분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어느 한 시장에라도 제한을 가해서 참여자가 제한된다면 플랫폼이 아닌 서비스가 된다. 물론 서비스가 플랫폼보다 하위 개념이라거나 열등하다는 의미가 아니라 서비스는 플랫폼이 가질 수 있는 구조화된 영속성을 가질 수 없다는 의미이다.
p.36
개방은 플랫폼의 개념을 이해하는 데 가장 중요한 개념이며 동시에 가장 명확한 요소이다. 직방, 다방 등으로 대표되는 부동산 서비스들도 공급자 영역이 정부의 규제(부동산중개법)로 개방되어 있지 못하고 카카오택시도 공급자 시장은 택시라는 라이선스를 가진 사업자들로 제한되어 있다. 유료 IPTV처럼 소비자가 참여하기 위해서는 월 사용료를 내야 하는 형태도 플랫폼으로 성립되기 힘든 것은 마찬가지다.
넷플릭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구독료를 지불해야 하니 플랫폼이 아니다. OTT 서비스 플랫폼이라고 자주 이야기 했었는데, 진정한 플랫폼이 아니였다.
p.43
플랫폼 간의 경쟁을 바라볼 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플랫폼이 태생적으로 독점적인 특징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플랫폼 간의 경쟁 정도는 시장을 나누는 경쟁이 아니라 생사를 건 경쟁이다. 영화에서처럼 한 개의 플랫폼이 남을 때까지 경쟁은 계속된다. 경쟁이 끝나고 승자가 결정된 후 일반적인 시장처럼 새로운 경쟁자가 쉽게 등장하기도 어렵다. 플랫폼의 구축에는 네트워크 규모라는 진입장벽이 존재하기에 플랫폼 경쟁에서 승리한 플랫폼의 지위가 위협받기는 쉽지 않다.
OTT 서비스는 플랫폼이 아니기 때문에 독점이 불가능하다.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쿠팡플레이, 왓챠,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등의 공급자들은 모두가 기업이다. 공급 참여자가 제한된다는 것은 플랫폼의 조건에 성립되지 않는다.
p.55
양쪽 시장을 만나게 해주고 받는 수익, 즉 수수료가 플랫폼의 가장 기본적인 형태의 수익이다. 플랫폼 기업들은 이 수수료라는 개념을 자신의 플랫폼상에서 보이지 않게 만들었다. 수수료를 없애거나 혹은 수수료를 안 보이게 만드는 방법을 찾아낸 것이다. 이렇듯 플랫폼이 추구하는 가치와 돈을 버는 방법을 분리시키는 것이 플랫폼이 성공하기 위한 마지막 요소인 것이다. 구글은 검색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그 서비스 제공의 대가로 검색 사용자로부터 수익을 취하지 않는다. 검색에 참여하는 지식공급자와 지식소비자를 연결시킴으로써 창출되는 가치는 '지식과 정보의 공유' 라는 경제적 개념을 초월한 공리적인 가치이다. 구글은 이 가치를 추구하면서 거대한 플랫폼으로 성장했고 그 이면에 광고라는 비즈니스 모델을 독립적으로 구축해낸다. 즉 가치를 창출하는 플랫폼의 고유기능과 수익을 창출하는 기능을 분리하여 설계한 것이다.
진짜 스마트한 전략이다. 검색 서비스 안에 컨텐츠 제공자와 소비자를 모으고, 컨텐츠 제공자의 페이지에 애드센스 기능을 탑재하여 수익 모델을 완성했다. 검색 서비스 어디에도 비즈니스 모델은 보이지 않는다. 사용자가 구글에서 검색을 하면 이와 관련된 정보들이 출력된다. 어디에도 광고는 없다. 만약 컨텐츠 제공자가 작성한 글을 클릭하게 된다면 사용자는 해당 페이지로 이동하게 되고, 그 안에서 광고를 보게 된다.
p.67
구글 검색엔진의 로직에 의하면 가장 많은 페이지에 의해서 참조되고 있고 가장 공신력있는 사이트에서 제공한 글이라는 의미이다. 즉 현대 지식의 해답 룰인 다수결의 원칙을 따르고 있다는 의미다.
구글 검색 결과 최상단에 노출되는 컨텐츠는 가장 높은 신뢰도를 가진 정보라고 생각하면 된다. 다른 사람들로부터 가장 많이 인용되고, 참조된 정보이기 때문이다.
p.68
기존에 도서관이나 책 혹은 대학에 한정돼 있던 지식이 이제는 모두에게 개방되었음을 의미한다. 구글은 과거 황희정승이나 랍비가 해줬던 지식의 판관 역할을 담당할 뿐만 아니라 그 모든 결과를 아무 대가 없이 모두에게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구글이 만들어낸 지식혁명이라 말한다.
일을 할 때 구글의 도움을 굉장히 많이 받는다. 그만큼 고마운 존재이고,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이기도 하다. 요즘 ChatGPT 열풍이 대단하지만 그래도 난 구글의 검색 결과에 더 만족한다.
p.74
구글은 이 모든 비효율적인 행위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기존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방식을 선택했다. 먼저 구글은 크롤링 과정에서 수집한 페이지들을 일일이 저장하는 행위를 그만두었다. 즉 크롤링 단계에서 링크를 따라 페이지들의 정보 수집은 하지만 각각의 페이지들을 서버에 저장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구글은 크롤링의 성능을 높이기 위해 더 많은 저장장치와 더 좋은 연산장치를 구입하기보다는 다수의 기존 장치들을 병렬로 연결한 분산화 시스템을 구축했다. 그리고 스패밍 행위를 막아내고 검색결과의 품질을 높이기 위해 검색결과에 손을 대는 것이 아니라 검색엔진 자체를 개선하였다. 페이지랭크는 구글이 검색 엔진의 개선을 위해 제시한 새로운 검색 알고리즘이다. 이 알고리즘은 전 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웹 페이지 각각에 대해 특정 검색어에 해당하는 점수를 부여하는 방식을 일컫는다. 예컨데 volkswagen 이라는 단어를 검색한다고 가정하면 사용자가 검색하기 전에 이미 전 세계 모든 웹 페이지들에 volkswagen이라는 단어에 대한 점수(페이지랭크)가 알고리즘에 의해 미리 계산되어 있고 사용자가 해당 검색어로 검색을 시도하면 점수 순서에 따라 1위부터 순차적으로 보여준다. 다른 서비스들처럼 미리 갈무리해 놓은 페이지에서 입력된 검색어를 찾는 것이 아니라, 각 단어에 대한 관련성을 사전에 검토하여 각 페이지에 점수를 부여해 놓았기 때문에 페이지 랭크를 개선하는 원칙은 검색결과의 품질을 결정하는 핵심이라 할 수 있다. 페이지랭크의 계산 방식은 학계에서의 논문 인용 횟수를 따지는 방식과 유사하다.
p.79
구글은 이와 같은 인터넷 서비스 업계의 룰을 따르지 않았다. 메인 페이지 광고나 검색 광고가 아무리 소상공인들에게 새로운 광고 채널로 기능했다 하더라도 소비자 즉 네이버나 다음과 같은 포털 및 검색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에게는 단순히 스팸일 뿐이다. 본질적으로 사람들은 광고를 보기 싫어하기 때문이다. 보기 싫은 광고가 메인 페이지에, 검색한 결과 페이지에 덕지덕지 붙어있다면 그 서비스에 대한 그리고 그 검색결과에 대한 신뢰는 떨어지게 될 것이다. 구글은 이를 포기하고, 애드센스라는 새로운 광고 모델을 가지고 진출했다.
기존의 룰을 깨고, 새로운 룰을 만든 구글이 참 대단하다. 사람들이 광고를 싫어한다는 심리까지도 꿰뚫고, 페이지 검색 결과에 광고를 노출하지 않았다. 대신 구글은 애드센스라는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구글 검색 서비스를 플랫폼화 시켰다.
p.125
싸이월드 전성기에 메인 페이지의 하루 평균 클릭 수는 5000만 번을 웃돌았고 싸이월드는 네이버, 다음에 필적하는 포털로서의 영향력을 갖게 되었다. 즉 싸이월드는 SNS를 기반으로 한 포털 즉, 단방향 미디어였다.
p.181
모든 어플리케이션 개발사들이 애플 플랫폼을 대상으로 먼저 개발한다는 점이다. 그 이유는 어플리케이션 개발사 입장에서 1명의 아이폰 유저는 4명의 안드로이드 유저와 비슷한 가치를 갖기 때문이다. 2018년 1분기의 애플과 구글의 스토어 분석 결과를 보면 안드로이드 앱 다운로드 비율은 애플에 비해 135%가 더 많다. 하지만 그 안에서 발생하는 매출은 정반대다. 애플의 앱스토어 내에서 발생하는 매출이 안드로이드에 비해 85% 정도가 더 높다. 애플의 사용자는 절반도 되지 않는 앱에서 2배에 가까운 소비를 하고 있다.
p.203
대중교통을 위한 인프라가 충분히 만들어지지 못한 도시에서 우버와 같은 차량 공유소비 플랫폼은 훌륭한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반면 택시의 도시라 할 수 있는 서울과 같은 곳에서 우버는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 즉 우버의 차량 공유소비 플랫폼은 시장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보이게 된다. 이것이 우버가 초기 미국에서는 빠른 성장을 보였지만 유럽이나 한국과 같은 나라들에서는 더딘 성장을 보이고 있는 이유이다.
시장이 형성되어 있지 않은 업종에 새로운 플랫폼이 나타난다면 환영받지만, 이미 시장이 자리 잡혀 있는 업종이라면 배척당한다.
p.285
기업가는 기본적으로 이윤을 추구하는 것이 목표라는 인식이 존재하고 이런 이유로 정부는 독점을 규제하고 경쟁을 유도한다.
p.286
독점이 갖는 장점으로 혁신의 가능성을 꼽았다. 독점을 통해 만들어진 자원으로 혁신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그 혁신이 독점을 지속하게 한다는 주장이다. 플랫폼 경쟁에서 승리한 플랫폼들은 이러한 슘페터가 상상했던 독점 기업이었을 듯싶다. 경쟁보다 독점이 더 좋은 경우도 가능하다는 의미이다. 이런 이유로 플랫폼 기업이 갖는 가장 큰 특징은 '선량한 독점'이다.
선량한 독점이라면 우리 사회에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 일으킨다. 하지만 역사가 말해주듯 인간의 탐욕과 기업의 이윤 추구로 인해 상품의 가격은 비싸지게 될 것이고, 힘 없는 소비자들은 어쩔 수 없이 그 가격을 수용하게 된다. 과독점을 막기 위한 방안은 확실히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p.306
구글의 검색이 지식과 정보라는 영역에서의 변화를 만들었고, 페이스북이 미디어 생태계를 완전히 바꿔 놓았다. 아마존은 기존의 상거래 유통습관을 온라인으로 옮겨 놓았고 유튜브는 콘텐츠 생태계를 재편했다. 이를 지식혁명, 미디어혁명, 유통혁명, 콘텐츠혁명이라 부르는 것은 너무 당연하다. 즉, 이제 혁명은 잘게 쪼개져 분산되어 나타나기 시작하는 것이다. 인류가 만들어낸 진보는 이제 한 두개의 변화만으로 전체 사회경제를 좌지우지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느낀점
내 주위에 있는 대단한 서비스들 (앱스토어, 광고, 게임, 모바일, 구글 등) 모두가 플랫폼 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생각하는 플랫폼은 규모의 크기에 따라 그리고 사람들의 입에서 전해 들은 말에 따라 정의내렸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플랫폼이 명확하게 어떤 서비스 특징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지를 이해 할 수 있었다.
첫째, 누구나가 참여하여 공급자 또는 소비자가 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공급자 영역이 개방되어 있어야 한다.
셋째, 서비스 고유 기능과 수익을 창출하는 기능을 분리하여 설계해야 한다.
위의 세가지 조건을 만족해야지만 플랫폼이 될 수 있다. 그리고 플랫폼은 독점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최후의 승자로 남은 플랫폼은 그 특성상 어마어마한 네트워크 규모를 구축한 상태이기에 새로운 경쟁자가 나타나기 힘들다. 구글의 검색 서비스를 위협하는 혁신적인 서비스 ChatGPT와 같이 기존 서비스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깨지 않는한 말이다.
독점이라고 하면 대부분 거부감이 들고, 상품의 가격이 비싸지고 서비스의 질이 떨어진다라고 알고 있다. 그렇기에 정부가 개입하여 플랫폼 기업을 유심히 지켜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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