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중심리

 

 

p.38

고립된 개인은 갖지 못하고 오직 군중만이 획득할 수 있는 이 고유한 특성들은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해 결정된다. 첫째 원인은 군중을 이룬 개인이 단지 군중의 숫자가 많다는 사실 한 가지만으로 자기가 무소불위의 힘을 가졌다고 생각한다는 것인데, 이 무적의 힘은 개인이 혼자 있을 때는 억누를 수밖에 없는 본능을 추구하도록 해준다. 개인은 군중이 익명이 되고 그 결과 무책임해져 항상 개인을 제지하는 책임감이 조금씩 사라져버리면 버릴수록 본능을 점점 덜 억제하게 될 것이다. 일체의 감정과 행위는 군중 사이에서 쉽게 전파되는데, 개인이 집단의 이익을 위해 자신의 개인적 이익을 아주 쉽게 희생할 정도다. 그것은 개인의 본성과는 완전히 상반되는 능력으로서, 이 능력은 개인이 군중의 일부를 이루지 않을 때는 거의 발휘할 수가 없다.

군중과 함께 할 때 더 과격해지고, 공격적으로 변하는 사례들을 많이 봐왔다. 이런 사례들은 정치, 종교, 노동조합, 회사 등에서 많이 보여진다. 군중에 속해 있는 것만으로도 자신의 본성을 여과 없이 표출 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그래서 군중의 목소리와 행동들이 다소 과격해 보였던 이유였구나. 군중에 소속한 개인의 심리 변화 그리고 행동 변화에 대해서 궁금해졌다. 나 또한 어떤 군중에 소속되어졌을 때 누군가의 목소리에 동조했고, 점점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내 자신을 느꼈다. 내가 어떤 군중에 속해졌을 때 이런 동조 현상을 조심해야 한다.

 

p.41

개인은 조직된 군중의 일부라는 사실만으로도 문명의 사다리를 몇 단계나 내려간다. 고립되어 있었다면 교양 있는 개인으로 남을 수 있었던 개인도 군중이 되면 야만인이 되어버리고 만다. 즉 본능에 따라 행동하는 인간으로 전락하고 마는 것이다. 그런 개인은 무의식성과 폭력성, 잔인성을 지녔을 뿐만 아니라 원시적인 존재처럼 열광하며 때로는 영웅적 행위를 하기도 한다. 자신의 가장 확실한 이익이나 가장 익숙한 습관과 상반되는 행동도 쉽사리 하는 등 원시인에 가까워지는 경향을 보인다. 그래서 군중을 이루는 개인은 바람이 불 때마다 이리저리 몰려다니는 모래들 가운데의 모래 한 알이나 다름없다.

군중에 속하면 본능에 따라 행동하는 인간으로 전락한다. 본능에 행동하는 사람이라면 현대 사회에서 오래 살아남을 수 없다. 본능이라는 감정 보다는 이성적인 감정을 더 요구하기 때문이다.

 

p.42

군중은 고립된 개인보다 지적으로 항상 열등하지만, 감정과 이 감정이 촉발하는 행동의 관점에서 보면 상황에 따라 개인보다 더 우수할 수도 있고 열등할 수도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군중은 흔히 영웅적인 행위를 하기도 한다. 어떤 신앙이나 사상의 승리를 위해 죽음조차 불사한 것도 군중이었고, 명예와 영광에 열광한 것도 군중이었다. 조국을 수호하기 위해 식량이나 무기 없이 싸운 것도 역시 군중이었다.

영웅적인 행동을 재해석 해보면 나에 대한 폭력성, 잔인성이다. 영웅이라는 호칭은 필히 살신성인의 정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p.46

우리는 피비린내가 풍길 만큼 잔혹하고 냉혹하게 행동하던 군중이 어느새 너무나 관대하고 영웅적으로 행동하는 모습을 보게 되는 것이다. 군중은 전혀 아무 망설임 없이 사형집행인이 되기도 하지만, 또 그만큼이나 쉽게 순교자가 되기도 한다. 일체의 신념이 승리를 거두기 위해 흘려야 하는 엄청난 양의 피도 바로 군중의 가슴에서 흘러나온다. 군중이 신조를 지키기 위해 어떤 행동을 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굳이 고대의 영웅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갈 필요도 없다. 그들은 봉기를 일으키면 절대 자신의 목숨을 아끼지 않는다.

군중에 대한 긍정적인 면도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p.52

군중은 직접 목격한 사건을 무수히 왜곡하며 또 이 왜곡은 다양한 의미가 있을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전혀 그렇지 않다. 일단 감염이 이루어지고 나면 왜곡의 성격과 의미는 모든 개인에게 똑같아진다. 오직 한 명밖에 목격하지 않은 기적이 암시와 감염으로 즉시 모든 사람에게 받아들여진 것이다.

소문은 군중 안에서 빠르게 전염된다. 소문의 진위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일단 군중 내에 소문이 퍼지면 일파만파 퍼지고, 그 소문이 진짜라고 생각한다.

 

p.61

군중의 증언이 지닌 가치가 얼마나 보잘것없는지를 우리에게 보여준다. 논리학 개론서들을 보면, 수많은 증인의 만장일치를 어떤 사실이 정확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내세울 수 있는 가장 확고한 증거들의 범주에 집어넣는다. 그러나 우리가 군중심리학에 대해 알고 있는 것으로 미루어볼 때, 논리학 개론서들은 바로 이 점에 대해서는 다시 쓰여야만 한다. 가장 많은 사람들에 의해 관찰된 사건이야말로 가장 의심스러운 것이다. 몇천 명의 목격자가 동시에 어떤 사건을 확인했다는 것은 곧, 실제로 일어난 사건의 내용은 목격자들이 하는 이야기와 판이하게 다르다는 것을 의미한다. 역사책들을 순수한 상상력의 산물로 간주해야 한다는 것이다. 역사책이란 잘못 관찰되었으며 나중에 설명을 덧붙인 사실들로 이루어진 근거 없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p.66

개인이 군중에 합세하는 순간 그의 지적 수준이 즉시, 그리고 현저히 낮아진다는 사실을 앞에서 보여주었다.

스스로 생각하고, 이해하고, 판단해야 하는데 군중에 속해 있으면 생각하지 않고, 이해하려고 하지 않고, 판단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저 다수의 의견이 안전하다고 생각하여 이을 따를 뿐이다.

 

p.70

군중을 연구해온 소수의 심리학자는 군중을 오직 범죄행위의 관점에서만 고찰했다. 그리고 군중이 범죄행위를 얼마나 자주 저지르는지를 알자 그들의 도덕 수준이 매우 낮다는 결론을 내렸다. 물론 이 결론이 대체로 맞기는 하다. 그렇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그냥 우리의 사납고 파괴적인 본능이 각자의 마음속 저 깊은 곳에 잠들어 있는 원시시대의 잔류물이기 때문이다. 고립된 개인으로 생활할 때는 이런 본능을 만족시키는 게 위험하겠지만, 무책임한 군중에 흡수되어 처벌을 받지 않으리라는 게 확실해지면 완전히 자유롭게 그 본능을 따를 것이다.

파괴적인 본능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군중속에 있으면 안된다. 항상 독립적으로 생활하자.

 

p.71

군중은 살인과 방화 등 모든 종류의 범죄를 저지를 수 있지만 또한 고립된 개인이 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고귀한 헌신이나 희생, 이타 행위를 할 수도 있다. 군중을 이룬 개인에게 영광과 명예, 종교, 조국의 감정에 대해 언급하며 영향을 끼치면 흔히 그 개인은 자기 목숨을 바치기까지 한다.

전쟁에서 목숨을 다바쳐 나라를 지킨 사람들은 어떤 마음으로 자신의 목숨을 기꺼이 바칠 수 있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만약 저 상황이라면 나는 과연 나라를 위해 내 목숨 기꺼이 바칠 수 있을까? 라는 질문도 내 스스로 했었다. 지금은 “No” 라고 말하겠지만 진정 우리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 대한민국의 국민들이 하나가 되어 나라를 지키기 위한 군중이 된다면 나 또한 우리 나라를 위해 내 한 목숨 기꺼이 바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와 같은 사례가 군중심리의 긍정적인 모습이라고 보여진다.

 

p.73

만약 군중이 때때로 이성적인 사고를 하고 당장 눈앞에 보이는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고려했다면 우리 지구 상에서 그 어떤 문명도 발달하지 못했을 것이고 인류 역사도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p.85

프랑스 파리에서만 몇 주 만에 무려 5천 명의 목숨을 앗아간 유행성 독감도 프랑스 군중의 상상력에는 거의 영향을 주지 않았다. 왜냐하면 이 엄청난 인명 피해가 어떤 가시적인 이미지로 표현되지 않고 일주일 단위로 집계된 사망자 통계로만 발표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일 파리의 에펠탑이 무너지는 것 같은 매우 가시적인 사고가 같은 날 공공장소에서 발생하여 5천 명이 아닌 500명이 목숨을 잃는다면 군중의 상상력은 엄청난 충격을 받을 것이다. 군중의 상상력에 충격을 가하는 것은 사건 자체가 아니라 그런 사건이 어떻게 분류되어 소개되느냐 하는 것이다. 요컨대 사건은 응축되어 군중의 마음을 꽉 채운 채 떠나지 않는 강렬한 이미지를 생산해내야 한다. 군중의 상상력을 사로잡는 기술을 아는 사람은 그들을 지배하는 기술도 안다.

 

p.109

어느 한 시대를 지배하는 사상의 맨 앞줄에는 다음과 같은 사상이 자리 잡고 있다. 즉 교육이 인간을 엄청나게 변화시켜 그들을 개선하고 심지어는 평등하게까지 만드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주장이 계속해서 되풀이되다 보니 결국 확고부동한 민주주의의 교리가 되었다. 옛날에 교회 교리에 손을 대기가 어려웠던 만큼이나 지금은 민주주의 교리에 손을 대기가 어려울 것이다.

사상과 이념은 한 나라를 지탱하는 근간이 된다.

 

p.119

어느 나라의 젊은이들이 무슨 교육을 받는가를 보면 그 나라가 나중에 어떻게 될지 알 수 있다. 군중의 정신 상태를 개선하거나 악화시키는 것은 부분적으로 학습과 교육이다. 그러므로 현 교육제도가 어떻게 군중의 정신 상태를 형성했는지를, 그리고 무관심하고 중립적인 군중이 어떻게 해서 이상주의자들과 웅변가들이 주는 일체의 암시에 기꺼이 복종할 준비가 되어 있는 거대한 불평불만 세력으로 서서히 변해가는지를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p.140

지도자는 대부분 사상가가 아니라 행동가다. 그들은 날카로운 통찰력을 갖추지도 못했으며 그렇다고 해서 앞으로 그런 통찰력을 갖출 가능성도 없다. 통찰력이란 일반적으로 회의와 무위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들은 거의 발광하기 일보 직전에 있는 신경증환자들과 쉽게 흥분하는 자들, 정신병자에 가까운 자들 중에서 나온다. 일체의 이성적 논리는 그들의 확신 앞에서는 전혀 먹혀들지 않는다. 멸시와 박해도 그들에게는 아무 영향을 미칠 수 없거나, 아니면 그들을 더욱 흥분시킬 뿐이다.

 

p.148

반복이 높은 식견을 갖춘 사람들에게 어느 정도 큰 영향을 미치는지를 안다면 반복이 군중에게도 영향력을 발휘하리라는 것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같은 얘기도 자꾸 반복되다 보면 결국 우리 행동의 동기가 생성되는 무의식적 심층에 서서히 각인되고, 반복의 힘은 바로 이런 사실에서 기인한다. 그 후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우리는 누가 반복된 주장을 했는지를 더 이상 알지 못하고 결국 그 주장을 믿어버리고 만다. 광고의 놀라운 힘은 바로 여기서 생겨난다. 만약 A는 악명 높은 깡패고 B는 정말 정직한 사람이라는 기사를 똑같은 신문에서 항상 읽는다면 결국은 그게 사실이라고 믿어버리게 될 것이다. 확언과 반복은 우월을 가릴 수 없을 만큼 각각 강력한 위력을 발휘한다.

 

p.153

현실에서 위엄은 어떤 인물이나 작품, 사상이 우리의 정신에 행사하는 지배력의 일종이다. 이런 지배력은 우리의 비판정신을 완전히 마비시키고 우리의 영혼을 놀라움과 존경심으로 가득 채운다. 위엄은 가장 강력한 지배력이다. 신도, 왕도, 여자도 위엄 없이는 결코 군림하지 못한다.

 

p.248

귀스타브 르 봉은 군중의 부정적 행위에만 관심을 갖지는 않았다. 범죄학자들과 반대로 그는 군중은 또한 영웅적인 행동도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주장했으며, 그의 관심을 끈 것은 갑자기 괴물이 되어버린 이 '인간집단'이 가진 은밀한 힘이다.

 

키워드

 

적용할 점

  • 군중에 정면으로 대적하는 말과 행동 삼가하기, 현명하게 다른 방법이 없는지 찾아보기
  • 부정적인 사람과 멀리하기

 

느낀점

군중이 모이면 과격해지고, 폭력적인 양상을 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책에서는 군중이 되면 본능적으로 행동하게 되고, 감정과 행동이 군중에게 빠르게 전파되어 이성적인 판단이 흐려지게 된다고 한다.

좀 더 이해하기 쉽게 내 나름의 해석을 해보았다. A라는 사람이 있고, 5명이 모여 있는 군중이 있다. A씨와 관계가 좋지 않은 군중속의 1명이 A씨를 모함하고, 비난한다. 4명의 사람들은 "저 사람이 왜 저런 소리를 하나?" 라는 반감심리가 작동한다. 이 마음의 소리는 밖으로 나오지 않고, 말을 삼킨다. 그저 혼자만의 생각일뿐이다. A씨와 관계가 좋지 않은 1명은 지속적으로 A씨를 향한 공격적인 말을 반복한다. 어느 순간 군중속의 1명이 동조하기 시작하고, 그 또한 A씨를 향한 공격적인 말을 시작한다. 점점 감정과 행위가 군중 사이로 빠르게 퍼져나간다. 어느 순간 5명의 군중 모두가 A씨를 향한 부정적인 말들을 쏟아낸다.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군중심리가 동작하는 원리이다. 여기서 주는 교훈은 단 한 명의 군중이 특정인을 비난하는 말을 반복하게 된다면 그 감정과 행동이 군중 사이로 빠르게 퍼져나간다.

"착한 군중들만 모여 있으면 위와 같은 사례가 발생되지 않겠네?" 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군중은 다수다. 사람이 모이면 가십거리를 찾게 되고, 누군가를 비난하기도 한다. 결국 한 명의 군중이 다수를 오염시킨다. 이렇듯 내 주변에 어떤 사람이 있는냐가 중요하다. 부정적인 사람을 멀리하고, 긍정적인 사람과 가까이 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책을 다 읽은 후 나의 지난날을 되짚어 보았다. 나는 언제 나쁜 군중이 되었고, 내 마음 상태는 어떠했는지를 말이다. 몇 번의 동조가 있었기에 이 책이 좀 더 내 마음을 관통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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