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하는 뇌, 망각하는 뇌

독서|2024. 6. 17. 22:06

 

p.50

상상을 하거나 계획을 할 때 과거 경험이 풍부한 사람이 더 유리할 것으로 생각된다. 흔히 부모들은 아이들의 상상력을 풍부하게 만들어주고 창의력을 길러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궁금해한다. 앞에서 설명한 뇌인지과학적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생각해보면, 가장 좋은 방법은 상상하는 연습을 하는 것보다는 아이가 많은 것을 경험하고 학습하게 해주는 것이다. 많은 것을 경험한 뇌는 많은 것을 상상할 수 있고 창의적 사고를 할 수 있다.

p.52 공감이란 상대방의 관점에서 상대방이 하는 이야기를 이해해주는 것을 말한다. 사람들은 자기 말에 공감하는 사람을 좋아한다. 상대방이 내게 말을 하면 '아, 그럴 수 있지!' 해주거나 '아, 내가 그 기분 알지' 하면서 맞장구를 잘 치는 사람은 늘 인기가 있다. 그런데 남에게 벌어진 일을 듣고 이에 진정 공감하려면 그와 비슷한 경험이 필요하다.

다양한 경험이 상상력, 창의력, 사회성 까지 좋게 해주는 구나. 그럼 사회성이 떨어지는 사람들은 사람과의 관계속에서 발생하는 여러가지 희노애락을 충분히 경험해 보지 못해서 일까? 만약 우리 아이가 공부만 하는 아이로 성장한다면 사람들과의 관계에 대한 경험이 부족하여 사회성이 떨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p.53

마음이론이란 다른 사람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나의 생각'이다. 다른 사람에게 실제로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지 확인해보지 않는 나만의 생각이므로 '이론' 이라고 부른다. 이렇게 다른 사람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유추하는 것은 사회 생활에서 자신의 반응 행동을 결정하고 계획을 세우는데 아주 중요한 능력이다. 마음이론의 형성이 아주 뛰어난 사람들을 보면, 사회생활이 원만하고 타인에 대한 배려가 뛰어나다. 반대로 마음이론에 대한 인지적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을 보면, 사회생활 점수는 0점이며 심지어 자기 밖에 모르는 사람이라는 오해를 사기도 한다.

마음이론도 공감 능력의 일부분으로 보여진다.

 

 

p.57

1부 내용의 큰 줄기는 '생존을 위해서 학습과 기억은 대단히 중요하다' 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일상생활에서 해로운 것을 피하고 이로운 것을 취하기 위해 여러 행동을 하는데, 이때 학습과 기억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뇌는 매우 오래전에 단순한 세포에서 매우 복잡한 장기로 진화했는데, 진화의 과정에서 방향을 결정한 가장 중요한 요소가 바로 '어떻게 하면 생존 확률을 높일 수 있을 것인가' 이다. 뇌는 이를 위해 끊임없이 학습하고 학습된 것을 응용해보며 쓸 만한 기억인지 검증한다.

 

 

p.66

아이의 상상력을 길러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묻곤 한다. 무조건 다양한 경험을 많이 하게 해서 창작의 재료를 뇌에 많이 만들어주면 된다.

 

 

p.87

학습한 모든 것을 다 평생 기억하면 될 것 같은데 왜 단기기억과 장기기억이 존재하는 것일까? 우리의 뇌가 무한한 에너지를 끌어다 쓸 수 있다면, 즉 지금의 슈퍼컴퓨터에 탑재된 인공지능처럼 작동한다면 그렇게 하면 된다. 모든 것을 다 저장하고 있다가 필요할 때, 지금의 컴퓨터처럼 빛의 속도로 꺼내서 쓰면 된다. 하지만 뇌가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는 그런 방식으로는 자연계에서 생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슈퍼컴퓨터는 돌아다닐 필요가 없고 쾌적한 서버실에서 무한한 전기를 쓰면서 정보를 처리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인간을 비롯한 동물은 생존을 위해 돌아다니며 위험을 피하고 이로운 것을 취해 계속 사투를 벌여야 한다. 따라서 평생 쓰지 않을 기억까지 다 저장하고 다니면서 정보처리의 효율을 떨어뜨리는 것은 바로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생존의 확률을 떨어뜨릴 것이다. 쓰지 않는 것은 버려야 하고 자주 쓰는 것은 더 잘 간직해야 하는 선택을 매 순간 해야 하는 숙명을 타고난 것이다. 생명체의 정보처리와 저장은 에너지를 소모하고 이 에너지를 무리하게 충당하다가 생을 마감할 수도 있는 위험에 놓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모든 생명체는 한정된 에너지를 가지고, 생존에 최적화 되어 있다. 우리가 어떤 사건/사고에 대한 기억을 오랫동안 가지고 있는 것은 생존과 연관이 깊기 때문이고, 어제 하루의 일과 대부분을 잊게 되는 것은 생존과 연관이 낮기 때문이다. 부정적인 뉴스에 사람들이 더 많은 관심을 가지는 이유 또한 생존과 연관이 깊기 때문이다.

 

 

p.97

한 달, 두 달, 10년 이렇게 같은 길을 반복해서 다니다 보면 나중에는 길을 찾아서 가고 있다는 것을 의식하지 못한 채로 딴생각을 하며 회사나 목적지까지 간다. 거의 무의식적으로 길을 찾는 것이다. 실제로 그 상황에서 "오다가 그거 못 보셨어요?" 하면 기억이 나지 않는다. 무의식적으로 정보처리를 하는 뇌 영역이 정보를 처리했기 때문이다. 우리 뇌의 절차적 기억 시스템의 특징 중 하나는 정보처리 과정을 우리가 의식적으로 들여다볼 수 없다는 것이다.

소뇌가 절차적 기억을 담당한다.

 

 

p.113

뇌세포는 뉴런이라고 부르고 뉴런과 뉴런 사이에는 시냅스라는 화학적 변화가 일어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그 공간에서 뉴런들은 여러 가지 신경 전달물질을 다양한 방식으로 주고받으며 서로 소통한다.

 

 

p.118

해마 시스템의 손상은 일상생활의 정상적 영위를 불가능하게 하는 측면도 있으나, 그보다 내가 어렸을 때부터 노인이 될 때까지 평생 모아 놓은 사진첩을 잃어버려 사진이 하나도 남아 있지 않게 된 것과 비슷하다.

해마가 망가져도 걷기, 운동 등과 같은 신체 활동은 가능하다. 하지만 자신이 쌓아온 경험 기억들이 모조리 날아가 버리기 때문에 선택을 할 수 없다고 한다.

 

 

p.139

우리의 뇌에서는 해마가 이런 기록관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갓난아기로 태어나서 눈을 뜨기전부터 이미 해마는 기본적인 작동을 하고 있고 기록을 시작한다. 우리의 상상력도 우리의 경험에 의존하기 때문에 상상력과 계획 수립에도 중요한 그야말로 고등인지의 핵심 기능을 수행하는 중요한 뇌 영역이다.

 

 

p.148

해마는 서술적 학습과 기억을 담당하는 시스템의 핵심 영역으로 설명했고 일화기억에 중요하다고 했다. 일화기억은 특정 장소에서 특정 시간에 무언가와의 상호작용을 하는 사건을 일정 시간 동안 겪으면서 형성된다. 특정 시간에 특정한 순서를 가지고 특정한 장소들과 그 장소들에서 마주친 물체와 사람들이 마치 하나의 동영상으로 제작되는 곳이 해마이다.

 

 

p.152

제이슨 본 영화 일화기억을 인출하는 시스템은 망가지고 절차적 기억만 남은 뇌를 지니게 된 것이다. 실제로는 해마를 다치면 새로운 일화기억 형성이 불가능하다.

 

 

p.158

뇌는 다시 기억을 꺼내는 과정에서 앞의 그림 속 깨진 접시의 빈 곳을 그럴듯하게 메꾸는 전략을 취함으로써 마치 모든 것을 기억하고 있다고 착각하게 만든다. 즉 없는 정보를 현재 있는 정보를 바탕으로 유추해낸다. 뇌의 신경망은 이처럼 '빈 곳 채워 넣기'를 너무도 자연스럽게 하므로 우리는 거의 이를 느끼지 못한다. 교통사고를 목격한 목격자에게 당시의 상황을 설명해보라고 하면, 분명 순간적으로 일어난 일이기 때문에 모든 것을 보지 못했을 것이 분명한데 마치 모든 정보를 카메라로 찍은 것처럼 상세하게 설명하는 것을 영화 등에서 봤을 것이다. 이 중 상당 부분의 기억은 뇌가 그럴듯한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해 자신의 경험을 활용해서 채워 넣은 것이라고 보면 된다.

기억의 재구성 과거의 기억을 다시 재생하기 위해서는 상상력이 가미된다는 사실 회사 동료분이 예전에 하신 말씀이 기억난다. ”기록이 가장 정확하다.”

 

 

p.159

기억이 재구성되는 과정은 마치 영화의 편집 과정처럼 창의성이 필요한 영역이다. 해마는 상상력을 발휘해서 경험하지 않은 장면이나 사건을 상상해낼 때도 중요한 역할을 하므로, 기억과 상상은 사실 종이 한 장 차이라는 생각이다. 일화기억의 재구성이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다. 만약 법정에서 자신의 일화기억을 토대로 증언을 할 때, 자신의 잘못 재구성된 기억으로 인해서 죄 없는 사람이 감옥에 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p.160

일화기억의 재구성 시 상상력을 많이 발휘해야 하는 상황, 즉 기억 속 빈 곳을 많이 채워 넣어야 하는 상황은 언제 발생할까? 일단, 일화기억을 형성한 시점으로부터 많은 시간이 지나면 기억의 파편들만 남고 많은 부분이 흐려져 있을 것이다. 시간이 많이 흘렀다고 해서 일화기억이 항상 흐릿한 것은 아니며 흘러간 그 시간들 속에서 자주 해당 기억을 꺼내 보았다면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또렷할 것이다. 기억은 신경망 속의 뉴런 속의 커뮤니케이션 패턴이라고 앞에서 설명했고, 이 패턴은 자주 활성화시키면 오랫동안 유지된다. 반대로 자주 활성화를 시켜주지 않으면 서서히 패턴이 사라질 것이다. 그래서 자주 쓰면 쓸수록 기억은 처음 그대로 오래 남는 것이다.

 

 

p.161

일화기억의 재구성 데자뷔 현상 이런 뇌의 속성을 잘 알고 너무 기억을 신뢰하지 않는 것이 좋을 때도 있음을 '기억' 해야 한다.

생각해 보면 나의 기억이 잘못된 경우들이 종종 있었다. 사람들에게 어떤 정보에 대해서 말을 하고 난 후, 관련 내용을 검증해 보면 틀린 경우가 있었다. 내 기억은 분명 A 였는데, A가 아니였던 경험들

 

 

p.180

우리가 특정 공간이라는 것이 실재한다고 믿고 그 안에서 활동한다고 해서 물리적으로 그 공간이 있다고 보장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즉 우리는 뇌가 믿으라고 하면 믿어야 하기 때문에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모호할 수 있다는 뜻이다. 실질적으로 돌아다닐 필요 없이 뇌가 공간으로 파악할 수 있는 조건만 맞으면 공간으로 인식되고, 마치 그 공간 안에 있는 것처럼 그 안을 인지적으로 돌아다닐 수 있는 것이다. 한편으로 영화에서처럼 무섭게 활용될 수도 있지만, 뇌의 이런 속성을 잘 이용하면 무궁무진한 활용 또한 가능하다. 메타버스라는 개념 역시 뇌의 이런 속성을 활용하는 기술

 

 

p.232

잊어버리는 것은 기억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능력이며, 벌어진 모든 일을 기억하는 것은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것과 같을 수 있다. 망각하는 것도 적응적 학습의 중요한 부분이란 뜻이다. 모든 것을 기억하고 있는 것은 마치 지금의 컴퓨터와 같이 가치 판단을 할 수 없어서 쓸지 안 쓸지 모르지만 일단 그냥 모두 저장하고 보는 슬픈 기계와 같은 것이다. 무엇을 기억해야 하고 무엇은 기억할 필요가 없는지를 아는 것 역시 진화 과정에서 적응적 생존을 위해 터득한 인간 뇌의 특별한 기능이다.

 

키워드

 

적용할 점

  • 내 기억을 100% 신뢰하지 말자.

 

느낀점

두려움에 관한 책을 읽으면서 편도체를 알게 되었고, 이 책을 읽고나서는 해마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이전부터 뇌가 어떻게 동작하는지, 뇌의 각 부위별 담당하는 역할이 무엇인지 궁금했었다.

이왕 편도체와 해마의 작동 원리를 이해했으니 다른 부위에 대해서도 조금씩 알아보았는데 내가 궁금했던 부분들이 조금씩 해소되는 듯하다.

그리고 지금까지 인간이 뇌의 비밀을 푼 것보다 풀지 못한 비밀이 더 많다는 사실에 놀라웠다.

현대 과학이라면 뇌의 모든 비밀이 풀어져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였다.

저자는 이런 이야기도 한다.

만약 인간이 뇌의 비밀을 모두 풀게 된다면 기억을 사고 팔 수 있는 시대가 찾아 올 수 있을 거라고 말이다.

누군가는 기억을 제거 하고 싶고, 누군가는 새로운 기억을 삽입하고 싶은 사람들이 있다.

'기억'이 상업화되는 시대가 온다면 과연 좋은 세상인가?

나는 좀 두렵다.

해마에 기록되어 있는 나의 일대기 사진첩이 누군가에 의해 제거되고 추가될 수 있다는 사실 말이다.

만약 그게 가능하다면 나는 나로써 존재 가치가 있는 걸까?

생명과 기억은 동일한 라이프 사이클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심장이 뛰는 육체를 가지고 있어도 내가 가진 모든 기억이 내 뇌에서 사라지고, 다른 사람의 기억으로 채워진다면 나는 살아 있는 것인가? 죽은 것인가?

이터널 선샤인 영화에서 영화 주인공이 한 말이 떠오른다.

"왠지는 모르겠는데 너무 무섭고 불안해. 마치 내가 지금 사라지고 있는 것 같아!"

좋은 기억이든, 아픈 기억이든 기억 할 수 있음에 감사함이 드는 하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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